북키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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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 10주년 특별 기획 앤솔러지

김초엽, 이유리, 홍한별, 장강명, 신형철 · 밀리의서재

밀리 오리지널

무엇이든 즉시 응답해 주는 세상에서 '책이라는 닫힌 세계'와 마주 선다는 것은?  ​ ​밀리의서재가 창립 10주년을 맞아 특별 기획 앤솔러지 《북키퍼》를 펴냈다. AI가 일상적인 읽기와 쓰기를 대신하고 영상이 서사를 대체하는 시대, 앞으로 인간에게 독서란 어떤 의미로 남을 것인가. 여기 텍스트의 최전선에 선 다섯 작가가 '그럼에도 읽어야 한다'는 당위 대신 미래에도 유효할 읽기의 가치를 새롭게 묻는다. 문학평론가 신형철, 소설가 이유리·장강명·김초엽, 번역가 홍한별이 소설과 에세이를 넘나들며 미래의 읽기를 상상한다. ​ ​ 김초엽 〈응답하지 않는 읽기〉 ​— ‘책’이라는 닫힌 세계에 대해 “책은 우리에게 부딪혀 오는 ‘닫힌 세계’다. 응답하지 않고 맞추어 주지도 않는, 양쪽으로 오해를 만들어 내는 단단하게 닫힌 타자. 그 충돌, 그 어지러움, 미세하든 격렬하든 안의 세계를 뒤흔들어 놓는 혼란만이 말해줄 수 있는 건지도 모른다.” p.20 24시간 나에게 맞춤형으로 응답하는 AI와 달리, 책은 결코 알아서 반응하지 않는 완결된 타자다. 그 닫힌 문을 고군분투하며 여는 것은 오로지 읽는 자의 몫이다. 저자는 그 문을 연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눈부신 충돌과 혼란의 경험을 이야기한다. 이유리 〈북키퍼〉 “불멸… 주영은 패배감에 젖은 채 불멸,이라고 중얼거렸다. 불멸, 영영 없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무엇이 그럴 수 있을까? 무엇이 그걸 도울 수 있을까?” p.46 독서가 잠식된 시대, 책을 지킨다는 신념으로 AI 데이터베이스를 오염시키는 비밀 조직 '북키퍼'의 일원으로 활동 중인 주영. 누구보다 책을 사랑한다 자부하지만 정작 타인과의 교류보다는 AI를 마주하는 게 더 익숙한 자신을 발견한다. 사랑하는 이야기를 어떻게 소멸시키지 않고 지켜낼 것인가. 주영은 끝내 그 서늘한 물음 앞에 다다른다. 홍한별 〈튜링 테스트를 마주한 여섯 명의 여자〉 “모든 이야기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죽은 여자가 있다. 괴로운 마음이라고 해도 좋다. 그것이 애초에 이야기를 하게 만드는 근본적 원인이다.” p.75 저자는 번역가인 자신을 포함해 문학 작품 속 여섯 명의 여자를 ‘튜링 테스트' 앞에 세워 질문한다. AI가 언어를 완벽히 흉내 낼지언정 하나의 몸과 삶을 가진 인간의 번역만이 담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또, 언어에 직접 담기지 않는 것까지 감각하는 인간이란 존재는 기계와 무엇이 다른가. 그리곤 텍스트 '너머’ 해석하는 존재로서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을 인간만의 번역의 기쁨과 의미를 스스로 증명한다. 장강명 〈당신과 나의 이야기는 누구의 소유물인가〉 “그 수많은 책들 중에는 진실이 담긴 책도 있겠지……. 나에 대한 진실. 너에 대한 진실. 내가 내린 선 택에 대한 진실. 네가 내린 선택에 대한 진실.” p.101 누구나 작가가 되는 '내러티브 테크놀러지'가 고도화된 미래. 하루에도 수만 편씩 쏟아지는 책들은 저작권 선점에 급급하고 이야기의 생산과 소비는 완전히 뒤틀려 버린 지 오래다. 오래전 연인에게 전화를 받은 '나'는 서로의 이야기가 수십 편의 영상으로 변형되고 유통되는 현실 앞에서 비로소 묻는다. 당신과 나의 이야기는 결국 누구의 소유물인가. 신형철 〈시대착오적 휴머니즘을 위한 북클럽 공고〉 ​— 문학을 왜, 그리고 어떻게 읽어야 할까 “아무리 읽어도 당신은 끝내 당신으로 남는다. 아니, 읽을수록 이전보다 ‘더 당신인’ 존재가 될 것이다.” p.127 문학을 왜, 그리고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문학은 살아 있는 누구도 좀처럼 허락하지 않는 타인의 깊은 내면으로 우리를 데려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라는 하나의 좁은 문으로만 읽는 한 우리는 오로지 자신이 알 수 있는 것만을 알게 될 뿐이라는 벽에 부딪히게 된다. 저자는 그 한계를 넘어 낯선 이와 문학을 '함께 읽기’를 권하며, 함정을 피해 서로에게 '부근(附近)'을 이루는 독서에 가닿을 수 있는 방법을 제언한다. 이렇게 다섯 편의 글은 저마다 다른 창을 열어 미래의 읽기를 그려냈다. 한 편씩 읽을 때마다 때론 서늘해지고 때론 가만히 곱씹게 되는 장면을 마주치며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인간의 몫으로 남는 읽기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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